시문/우리시

신동엽, 4월은 갈아엎는 달

김이산 2017. 4. 22. 14:21

4월은 갈아엎는 달



                   신동엽



내 고향은

강 언덕에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가난.

 

지금도

흰 물 내려다보이는 언덕

무너진 토방가선

시퍼런 풀줄기 우그려 넣고 있을

, 죄 없이 눈만 큰 어린것들.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산천은 껍질을 찢고

속잎은 돋아나는데,

4월이 오면

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

우리네 조국에도

어느 머언 심저, 분명

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곰나루서 피 터진 동학의 함성.

광화문서 목 터진 4월의 승리여.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의 불야성 갈아엎었으면

갈아엎은 한강연안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갈아엎는 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일어서는 달(196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