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아폴로 토르소
라이너 마리아 릴케
무르익은 눈망울이 있었던 그의 미증유(未曾有)의 머리를
우린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의 토르소는 여전히 촛대처럼 빛난다,
그 속에서 그의 응시는 다만 웅크려들었을 뿐,
변함없이 번쩍인다. 그렇지 않다면야 가슴의 만곡(彎曲)이
그대 눈을 부시게 할 수 없을 것이며, 살포시 허리를 뒤틀어도
한 가닥 미소가 생식의 요람이었던 저 중심을 향해 갈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야 이 돌덩이는 그저 두 어깨가 투명하게 내려앉은
짤막하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서 있을 것이며
맹수의 가죽처럼 그렇게 윤이 나지 않을 것이다.
또 별처럼 모든 가장자리에서 빛을 발하지도 않을 터인데,
그럴 것이 그대를 보지 않는 데가 거기엔 한 군데도 없으니 말이다.
그대는 그대의 삶을 바꿔야만 한다.
Archaischer Torso Apollos
Rainer Maria Rilke
Wir kannten nicht sein unerhörtes Haupt,
darin die Augenäpfel reiften. Aber
sein Torso glüht noch wie ein Kandelaber,
in dem sein Schauen, nur zurückgeschraubt,
sich hält und glänzt. Sonst könnte nicht der Bug
der Brust dich blenden, und im leisen Drehen
der Lenden könnte nicht ein Lächeln gehen
zu jener Mitte, die die Zeugung trug.
Sonst stünde dieser Stein entstellt und kurz
unter der Schultern durchsichtigem Sturz
und flimmerte nicht so wie Raubtierfelle;
und bräche nicht aus allen seinen Rändern
aus wie ein Stern: denn da ist keine Stelle,
die dich nicht sieht. Du mußt dein Leben ändern.
In: Der Neuen Gedichte Anderer Teil(1908)
오스트리아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가 1908년 초여름 파리에서 쓴 시다. 그는 프랑스의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비서로 일한 적이 있다(1905년 9월15일~1906년 5월12일). 그 활동 경험과 무관치 않은 이 시는 예술작품이란 무엇인지, 무엇일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시다. 이 시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론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결국, "그대는 그대의 삶을 바꿔야만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 예술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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